하이엔드 어쿠스틱 기타 브랜드의 세계 ⑥소규모 공방 기타: 국내외 커스텀 브랜드의 정수
기성 기타로는 충족되지 않는 울림과 감각, 연주자 개인의 손에 맞춘 정밀한 반응성. ‘소규모 공방(Custom Workshop)’ 기타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는 가장 예술적인 해답이다. 이곳에서 기타는 단순한 악기를 넘어, 철학과 과학, 그리고 장인의 미감이 응축된 하나의 공명 구조로 탄생한다.
대형 브랜드와의 본질적 차이
마틴(Martin), 테일러(Taylor), 깁슨(Gibson)과 같은 대형 브랜드는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품질을 유지한다.
반면, 소규모 공방은 루시어(Luthier) 한 사람 또는 소수 팀이 수십~수백 대의 악기를 전적으로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1. 목재 선별부터 건조까지 루시어가 직접 주관
2. 브레이싱, 넥, 바디 등 모든 요소의 독자 설계
3. 연주자 맞춤 커스터마이징
4. 소량 생산으로 높은 완성도 유지
자동화된 대량 생산이 효율성과 일관성을 제공한다면, 소규모 공방은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개인의 음향적 취향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제공한다.
국내 소규모 커스텀 브랜드
Park Guitars (파크 기타)
201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업가 Jae Park과 마스터 루시어 **박동환(Jimi Park)**에 의해 시작된 하이엔드 기타 브랜드.
현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작자가 한국 시흥 목감에 공방을 설립해 전 과정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Jimi Park은 디자인 전공자로, 2012년부터 리페어 및 일렉트릭 악기 제작을 시작했고, 2017년 미국 Galloup School의 마스터 및 엑스트라 과정을 수료한 뒤, 바이올린·첼로 제작, 다양한 루시어들과의 협업을 거치며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했다.
특히, 호주의 Trevor Gore로부터 영향을 받은 Modal Tuning 기반 설계를 연구하며, 기존 수제기타 제작에서 보기 드문 과학적 접근을 추구한다.
1. 기타 제작을 감각이나 미신이 아닌 음향물리학 기반의 분석과 수치로 접근
2. 특정 바디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어쿠스틱 스타일에 정량적 튜닝 이론을 적용
3. 고전적 요소와 현대적 설계의 조화, 지속 가능한 소재와 마감 재료 사용
4. 독자적이며 절제된 디자인 미학
Park Guitars는 단순한 수제기타를 넘어서, "물리적으로 설계된 예술품", "기술과 감성의 정밀한 접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BAHR Guitars (바르 기타)
연주자 출신의 루시어의 정교한 사운드 밸런스와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커스텀 브랜드. 핑거스타일 연주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으며, 반응성 좋은 브레이싱 구조와 고음의 명료도가 특징이다. 외형에서도 고급 인레이 및 바인딩이 인상적이며, 사용자 요청에 따라 다양한 사양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TJ 기타
“주문 제작의 본질은 의뢰자의 기호를 악기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 철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부산 기반의 하이엔드 어쿠스틱 기타 공방이다. TJ 기타는 기본 구조와 틀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커스텀 주문 제작을 진행한다.
1. 사운드 성향, 넥 크기, 세팅, 색상, 마감 디자인 등 다양한 항목을 의뢰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정
2. 지나치게 개성적인 소리보다는 모범적이고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추구
3. 선명하고 깊은 톤, 섬세한 오버톤, 긴 서스테인, 뛰어난 반응성 및 밸런스를 설계 목표로 삼음
4. 디자인 전반도 독자 개발
5. 헤드스탁, 브릿지, 로젯, 바디 라인을 곡선 위주로 유기적으로 구성
6. 현대적인 감성과 품위 있는 클래식함을 결합해, 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외형 완성
TJ 기타는 결과적으로 단순한 수제 악기를 넘어, 연주자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해상도 높은 악기를 지향한다.
LSY 기타
합리적인 가격대에 수준 높은 음향 성능과 마감 품질을 제공하는 브랜드. 정확한 셋업과 안정된 울림, 부드러운 터치감이 특징이며, 일본 시장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로 공방을 이전했다.
해외 소규모 커스텀 브랜드
Atkin Guitars (영국)
올드 마틴과 깁슨의 빈티지 미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브랜드. 에이징 마감과 빈티지 사운드가 어우러진 외형, 부드럽고 깊은 사운드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빈티지 감성을 선호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신품을 원하는 연주자에게 적합하다.
Kostal Guitars (미국)
루시어 제이슨 코스탈(Jason Kostal)의 브랜드로, 아트 인레이, 복합 브레이싱, 정밀 튜닝 설계를 특징으로 하는 고급 수제기타의 대표주자다. 명확한 음상과 투명한 사운드, 외형의 예술성이 공존한다.
Maingard Guitars (남아프리카)
클래식 악기 제작 철학과 감성을 어쿠스틱에 접목한 브랜드. 자연 목재의 음색을 존중하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울림을 구현한다. 사운드의 밀도와 심플한 외형의 조화가 아름답다.
Greenfield Guitars (캐나다)
현대 핑거스타일 연주자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복합 바디 구조, 고반응 톤보드, 혁신적 브레이싱을 통해 극도의 디테일과 투명도를 구현한다. 앤디 맥키, 마이클 헤지스 등이 애용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소규모 공방 기타, 선택 전 고려사항
제작 기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
가격: 수백만 원대 중급기부터, 천만 원 이상 고급기까지 다양
사운드 테스트: 완성 전 시연이 어렵기 때문에 제작자와의 신뢰가 중요
AS 및 유지관리: 국내 브랜드는 접근성이 좋고, 해외는 딜러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재판매 가치: 주문 사양이 독특할수록 중고 유통은 제한적일 수 있음
이 모든 것을 감수하더라도, 많은 연주자들이 소규모 공방 기타를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 악기만이 낼 수 있는 울림, 그 손에만 맞는 감각, 그리고 단 하나뿐인 개성 때문이다.
다음 포스트
다음 포스트에서는 ‘1인 제작자 루시어 기타 – 장인 정신의 결정체’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