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톤우드 정리 1부 – 스프루스(Spruce)/시더(Cedar) 계열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상판(Top) 톤우드다. 상판은 줄의 진동이 브릿지를 통해 가장 먼저 전달되는 면이자, 소리의 성격을 좌우하는 중심부다. 특히 상판 목재는 울림의 민감도, 응답 속도, 배음의 깊이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타의 전체적인 캐릭터를 설정하며, 연주자가 어떤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결정짓는 시작점이다.
스프루스(Spruce)와 시더(Cedar)는 기타 상판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목재 군이다. 두 목재는 각각 전혀 다른 음향적 특성을 지니며, 연주자의 스타일과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다양한 스프루스 계열과 시더 계열의 목재를 개별적으로 분석하며, 알려지지 않은 희귀 목재까지 포함하여 총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음향목에 대한 성향을 제시한다.
(※ H = 최고음역 / M = 중음역 / B = 저음역 / S = 서스테인 / O = 배음 / T = 총합 특성)
시트카 스프루스 (Sitka Spruce)
- 원산지: 북미 서부 해안 (알래스카 포함)
- 색감: 연한 크림색~황백색, 나이테 뚜렷
- 구조적 특성: 중간 이상의 밀도와 강도, 우수한 유연성
- 음향 특성: H=3.0, M=3.2, B=3.8, S=3.4, O=3.5, T=3.2
- 해설: 시트카는 음압을 견디는 내구성과 빠른 응답을 동시에 갖춘 균형형 톤우드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강한 피킹에도 무너지지 않는 안정감이 특징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여 입문용부터 프로 모델까지 널리 사용된다.
유러피안 스프루스 (European Spruce)
- 원산지: 알프스 산맥 중심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
- 색감: 밝은 밀크빛, 직선적이고 균일한 나뭇결
- 구조적 특성: 섬세한 그레인, 낮은 밀도에 따른 고감도 반응
- 음향 특성: H=3.3, M=3.5, B=3.2, S=3.8, O=3.9, T=3.5
- 해설: 정제된 사운드와 깊은 울림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으며, 투명한 고음역과 풍부한 배음 특성이 강조된다. 클래식 기타 및 고급 핑거스타일 기타에 주로 사용된다.
아디론닥 스프루스 (Adirondack / Red Spruce)
- 원산지: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
- 색감: 붉은 기가 도는 황금빛, 넓은 그레인
- 구조적 특성: 뛰어난 탄성과 밀도, 고압 저항력 우수
- 음향 특성: H=3.6, M=3.8, B=3.4, S=4.0, O=4.2, T=3.9
- 해설: 볼륨과 공격성, 다이내믹한 톤의 확산력이 뛰어나 블루그래스와 강한 스트로크 연주에 적합하다. 초기엔 딱딱한 느낌이지만 연주와 함께 점차 깊어지는 성향이 있다.
엥겔만 스프루스 (Engelmann Spruce)
- 원산지: 북미 로키 산맥 고지대
- 색감: 시트카보다 연한 백색, 결이 더 부드럽고 촘촘함
- 구조적 특성: 경량 구조, 낮은 밀도, 빠른 응답 속도
- 음향 특성: H=3.4, M=3.6, B=3.1, S=3.9, O=4.0, T=3.6
- 해설: 섬세한 뉘앙스를 중시하는 연주자에게 적합하며, 핑거스타일 연주 시 미세한 터치까지 소리에 반영되는 민감도가 인상적이다.
러츠 스프루스 (Lutz Spruce)
- 원산지: 시트카와 화이트 스프루스의 자연 교잡종 (캐나다)
- 색감: 시트카와 유사하나 결이 더 무겁고 다이내믹
- 구조적 특성: 아디론닥과 시트카의 특성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구조
- 음향 특성: H=3.5, M=3.4, B=3.6, S=3.8, O=4.0, T=3.6
- 해설: 부드러우면서도 강성 있는 톤, 현대식 사운드를 추구하는 제작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스트로크와 핑거스타일 모두 소화 가능하다.
베어클로 스프루스 (Bearclaw Spruce)
- 원산지: 시트카, 유러피안 스프루스에서 자생적 변종
- 외형: 곰 발톱 형태의 비틀림 있는 무늬
- 구조적 특성: 무늬에 따른 밀도 변화 → 복합적인 울림 생성
- 음향 특성: H=3.3, M=3.4, B=3.5, S=3.9, O=4.0, T=3.6
- 해설: 미적 가치 외에도, 진동 확산에 독특한 방향성을 부여함으로써 사운드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고급 커스텀 기타에서 특히 선호된다.
카파시안 스프루스 (Carpathian Spruce)
- 원산지: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
- 색감: 유러피안보다 약간 진하며, 나뭇결이 매우 균일함
- 구조적 특성: 강도와 반응성의 균형, 미세한 공명 특성
- 음향 특성: H=3.5, M=3.6, B=3.3, S=3.8, O=4.1, T=3.6
- 해설: 유러피안과 아디론닥의 장점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밝은 고음과 따뜻한 저음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장르 불문 다양한 스타일에 대응한다.
발디 피엠 스프루스 (Val di Fiemme Spruce)
- 원산지: 이탈리아 북부 피엠메 계곡 (Fiemme Valley)
- 색감: 순백에 가까운 밝은 색조, 결이 정교하고 미려함
- 구조적 특성: 고급 클래식 현악기에 사용되던 목재, 미세 공진 특성 극대화
- 음향 특성: H=3.6, M=3.5, B=3.2, S=4.2, O=4.3, T=3.8
- 해설: 바이올린의 명장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사용한 나무로도 알려진 최고급 음향목이다. 정교하고 예민한 터치 전달력, 맑은 음색과 높은 미학적 가치로 인해 하이엔드 커스텀 모델에서 선호된다.
저먼 스프루스 (German Spruce)
- 원산지: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국경 인근 알프스 산악 지역
- 색상: 밝은 크림색에서 연한 밀짚색 계열, 시간이 지나면 황금색으로 숙성됨
- 구조적 특성: 조직이 치밀하고 연륜 간격이 좁으며, 고르게 성장한 섬유 조직을 가짐. 적절한 탄성과 강도를 유지하면서 무게 대비 강성이 뛰어남
- 음향 특성: H=3.5, M=3.8, B=3.6, S=4.2, O=4.1, T=3.9
- 해설: 매우 섬세하고 정제된 사운드를 지닌 상판재로, 핑거스타일이나 클래식 기타에 이상적인 목재이다. 고음의 선명도와 배음의 복잡성이 뛰어나며, 연주자의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울림이 깊어지며 황금빛 외관과 함께 고급 기타에서 자주 사용된다.
스위스 스프루스 (Swiss Spruce)
- 원산지: 스위스 알프스 고지대
- 색상: 밝은 유백색에서 미색, 나이 들수록 은은한 황색으로 변색
- 구조적 특성: 해발 고도 높은 지역에서 자라 조직이 매우 치밀하고 수지 함량이 적음. 밀도는 저먼 스프루스보다 낮은 편이나 보다 균일한 결을 가짐
- 음향 특성: H=3.4, M=3.7, B=3.5, S=4.0, O=4.0, T=3.7
- 해설: 저먼 스프루스보다 더 부드럽고 정제된 톤을 제공한다. 반응성이 좋으며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 클래식, 재즈, 솔로 기타 스타일에 적합하다. 고음의 자극이 적고 배음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고요하고 정돈된 사운드를 원할 때 선호된다.
이탈리안 스프루스 (Italian Spruce)
- 원산지: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 알토아디제 지방
- 색상: 미색에서 은은한 회백색, 자연 건조 숙성 시 은은한 색감 유지
- 구조적 특성: 성장 속도가 느려 연륜이 매우 가늘고 일정함. 조직의 밀도는 중간 정도이며, 가볍고 적절한 유연성이 특징
- 음향 특성: H=3.3, M=3.6, B=3.4, S=4.0, O=4.1, T=3.7
- 해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으로, 섬세한 표현력이 필요한 핑거스타일이나 클래식 연주에 적합하다. 배음의 밀도는 높은 편이며, 강한 터치보다는 부드럽고 정제된 연주에 반응성이 뛰어나다. 드라이하면서도 서정적인 울림을 제공하는 스프루스다.
돌로마이트 스프루스 (Dolomite Spruce)
- 원산지: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Dolomites), 해발 고도 1,500~2,000m 이상
- 색상: 엷은 크림색 또는 은백색, 연륜 대비 명확한 색상 차
- 구조적 특성: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목재 조직이 극도로 치밀하며 견고함. 수분 흡수율이 낮고 내구성이 뛰어남
- 음향 특성: H=3.5, M=3.8, B=3.6, S=4.3, O=4.3, T=4.0
- 해설: 극한 환경에서 자란 고지대 스프루스로, 강력한 서스테인과 깊은 울림을 가진 프리미엄 톤우드이다. 미세한 피킹에도 반응성이 뛰어나며, 클래식, 솔로기타, 루시어 기타에서 자주 사용된다. 고음은 섬세하고 저음은 무게감이 있으며, 음의 밀도가 매우 높다.
토레이피드 스프루스 (Torrified Spruce)
- 원산지: 주로 북미산 시트카(Sitka), 앵겔만(Engelmann) 스프루스를 열처리하여 제조
- 색상: 가열 처리로 인해 짙은 황갈색 또는 브론즈 톤으로 변색
- 구조적 특성: 열처리로 내부 수분과 수지를 제거하여 가볍고 안정적인 구조 확보. 수축과 팽창에 강하며, 숙성목처럼 반응
- 음향 특성: H=3.6, M=3.7, B=3.6, S=4.1, O=4.2, T=3.9
- 해설: 오래된 빈티지 기타의 울림을 재현하기 위해 고안된 목재로, 높은 반응성과 배음이 특징이다. 스트럼이나 포크, 블루스 스타일에 이상적이며, 중후하고 드라이한 울림이 매력이다. 안정성이 뛰어나 기후 변화에도 튜닝 안정성을 유지하며, 새 기타에서도 깊은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웨스턴 레드 시더 (Western Red Cedar)
- 원산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미국 워싱턴주 및 북서부 지역
- 색상: 붉은 갈색 또는 다홍빛이 도는 연한 적갈색,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운 브론즈 색으로 숙성됨
- 구조적 특성: 스프루스보다 밀도가 낮고 조직이 부드럽지만 섬유 배열은 균일함. 무게가 가볍고, 매우 민감한 반응성을 가짐
- 음향 특성: H=3.4, M=3.8, B=3.7, S=4.3, O=4.2, T=3.9
- 해설: 클래식 기타와 핑거스타일 어쿠스틱 기타에 많이 사용되며, 부드럽고 따뜻한 톤을 제공한다. 작은 터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강한 서스테인과 풍부한 배음이 특징이다. 다이내믹 폭은 다소 좁지만 정적인 연주에 강한 성향을 보이며, 연주자의 섬세한 표현을 돋보이게 한다.
포트 오포드 시더 (Port Orford Cedar)
- 원산지: 미국 오리건주 남부 해안, 코도우드 지역에 인접한 협소한 지역
- 색상: 크림색 또는 밝은 밀짚색, 시간이 지나면 약간의 황변이 생김
- 구조적 특성: 겉보기에는 시더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이프러스 계열이며, 조직이 치밀하고 밀도도 높은 편. 스프루스와 시더의 중간 정도 탄성과 경도를 보임
- 음향 특성: H=3.5, M=3.7, B=3.8, S=4.0, O=4.1, T=3.8
- 해설: 시더 특유의 민감성과 스프루스의 견고함이 공존하는 희귀 상판 목재다. 울림이 강하고 중음역이 단단하며, 연주자에게 정밀한 터치감을 제공한다. 핑거스타일과 솔로 연주에 적합하지만, 다이내믹하게 스트럼할 때도 일정한 강도와 반응성을 유지한다.
알래스칸 옐로우 시더 (Alaskan Yellow Cedar)
- 원산지: 알래스카 남부 해안, 브리티시컬럼비아 남부 고산지대
- 색상: 엷은 크림색에서 연한 황색, 산화 시 은은한 갈색으로 숙성됨
- 구조적 특성: 시더 중에서는 가장 견고하고 단단한 편이며, 수지 함량이 적고 섬유 조직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 스프루스보다 무거운 편
- 음향 특성: H=3.3, M=3.6, B=3.9, S=4.0, O=4.0, T=3.8
- 해설: 구조적 안정성과 탄성이 뛰어나 상판뿐 아니라 넥에도 종종 사용된다. 다른 시더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중저음의 깊이가 강조되며, 깨끗한 고음 표현력도 뛰어나다. 지속성과 반응성 모두 안정적이라 다재다능한 연주 스타일에 대응이 가능하다.
마무리: 상판은 기타의 심장이다
상판은 단순한 외피가 아니다. 그것은 진동의 해석자이며, 연주자의 터치에 따라 공명하고 반응하며 감정을 음으로 번역하는 '심장'과도 같다. 스프루스는 명료하고 탄력적인 울림을, 시더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울림을 제공한다. 각 목재가 가진 구조적 특성과 음향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때, 비로소 나만의 톤을 갖춘 기타를 완성할 수 있다.
📌 다음 포스트 예고: 다음 글에서는 레드우드(Redwood), 코아(Koa), 블랙우드(Blackwood) 등 개성 있는 상판 톤우드의 특성과 사운드를 소개합니다.